아, 저기요! 그러니까... 여기, 이 우산 챙겨 가십시오. 이런 날씨에 비를 맞고 있다가는 감기 걸립니다. 아뇨, 뭐 돈을 받고 팔려는 게 아니구요. 드리는 겁니다. 그냥 받아 주세요.

인간은 왜 언제나 자신의 선택을 이해받고 싶어하는 걸까요. 심지어는 그게 가장 이기적인 선택일지라도 말입니다.

아무래도 제 운명은 단순히 목숨을 내어놓는 것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선택이 아니었다면 빅터도, 그리고 다른 모두도 이렇게까지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그런 가능성을 남겨주는 것까지가 제 역할 아니었을까요? 전부 다 제 탓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러다 머리가 깨지면?
그러면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괴물이 되는 거지!

(더 열심히 투덜거리겠다는 말인가? 아니다. 물어보지 말자.)

(만족스러운 미소.) 하하, 그래. 자네 다운 답변이야. 그으래, 자네의 상관이라는 지위를 유지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어.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상관인데, 다재다능한 건 당연한 덕목 아닙니까? 무능했다면 애초부터 제가 함께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투덜거리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거지. 그나저나 자네는 참 좋겠어. 이렇게나 재능이 많은 이와 함께 지내고 있으니까.

대위님께서는 오늘도 투덜거릴 만한 거리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비가 오면 비만 온다고, 날이 개면 날이 갰다고. 저것도 하나의 재능이라면 재능입니다.

어차피 천둥번개가 없을 거라면, 그래도 맑은 날이 낫지.

... 젠장. 비가 그쳤어. 맑은 날은 딱 질색인데.

내게 자네를 보내주신 걸 보면 신께서도 언제나 냉담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게 분명하지.

그으래 좋은 생각이군. 나도 신을 믿어 지독하게.

그거 나도 좀 하나 줘 보게. 심란하니까.

효과가 있고말고. 왜냐면 번개가 칠 때까지 기도할 거니까.

(불신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모았다.) 저희에게 번개라는 은혜를 베풀어주시 ··· 근데 이게 효과가 있기는 해?

자꾸만 수동적으로 요구하니까 무시당하는 것 아니야? 신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보게. 나처럼.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번개를 주옵시고...

그러게나 말이냐 앙리. 날씨까지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 (한숨 푹) 자네가 대신 외쳐보게나.

내가 간절히 바라면 이뤄질 일도 안 이뤄진다.

아, 번개 안 치나. 아, 번개가 내리쳤으면 좋겠는데. 번개 치는 날씨가 정말 좋을 텐데. 번개 칠 때가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