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얼굴 자주 비추는 것으로 합의하지.

여기 있네! 맘껏 보라지.

············친우 얼굴이 보고 싶다는 게 그리 어려운 부탁인가?

다시 비걱거리는 바닥을 딛고 넓게 핀 몽상에 잠기나, 여즉 손에는 차갑고 잘그락거리는 쇠의 감촉만 남아 허정함에도. 시간은 어느새 이만큼 흘렀네요.

할로윈이라, 재밌는 일이 많았죠.
사탕을 잔뜩 받아 베개 밑에 숨겨놨다가 조모님께 들켜 모두 빼앗기기도 했고,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작은 호박이 있어 고양이 머리 위에 올린 뒤 도망가기도 하고···.

자정 오 분 전.

햇빛 내리쬐는 한 가운데 원치 아니하고 많은 것을 짊어지게 되었던 때가 돌아왔습니다. 매년 겉치레로 포장된 행사를 돌며 더 이상 눈치 볼 필요조차 없으니 무언가 허정하군요.

해가 저물었다지만 그래도 날이 덥습니다...
그림자는 이럴 때 길어져야 하는 게 아닌지.

쓰다만 유서를 고이 접어 가려진 글귀 전하지 못하게 꽃으로 접어보았습니다. 타들어가는 촛불도 창문 너머오는 매서운 숨결을 매순간 다르게 흔들리며 버티지만 지난 나는 매일밤 같은 문장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니, 이번엔 작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봅니다.

바람 한 점 불어오지도 않는걸.

누구신데 여기 계세요?

이미 네가 귀신처럼 불쑥불쑥 나타나고 다녔는데 뭘.

문 가까이에 붙어있으면 사람들 소리가 조금씩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