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꽃은 단 하루 피어 있었고 꽃이 오므라들면서 그 자리에 연초록의 씨방이 생겨나더니 천천히 부풀며 열매로 변해갔다. 그 때는 너무 아쉬웠고 사진이라도 남겨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켜보니 하루뿐이었던 찬란함이 아주 허무하지 않다. 그날 하루는 끝이었지만 다음 생명의 완전한 시작이었으니까.
오늘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천천히 하루를 시작해도 돼. 커피 한 잔 마시며 창밖의 구름 관찰, 호수로 가는 산책, 정리 정돈 또는 잠깐의 멍때림?
이번 주 잘 살았고, 오늘은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아. (화창한 날 아침에 내가 나에게)
Guten Morgen!
마로니에의 시간.
초록 공기를 감싼 나무의 굵은 줄기와 가지에 달린 무성한 잎 때문에 그늘이 시원하게 퍼져 나간다. 한 달 전보다 잎은 더 짙어지고 새 열매가 귀엽게 매달려 있다. 여름 내내 햇빛은 열매를 알밤보다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을이 되면 땅으로 낙하 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