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너머로 보이는 네 얼굴이 좋다. 불투명한 기체 사이로 옅게 비치는 네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 더 집중해서 보게 되는.

네가 주는 꽃을 매번 말려 죽이는 게 네게 남은 내 사랑의 마지막 잔재야. 이 짓을 서너 번 더 하다 보면 더 이상 말려 죽일 미련도 없어지겠지.

누나. 누나는 본인이 내 첫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난 아닌데. 우리가 서로 물고 빨고 사랑한다 속삭이고 온갖 염병 다 떨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거 다 내 결핍에서 나온 거였지 누나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니란 말이야. 누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양심적으로 그걸 연애라고 할 수 있어요?

21년도에 쓴 매짧글. #새_이름을_지었습니다

바다야. 오늘은 네 생일이구나. 어떻게든 잊으려 노력했는데 당일이 되니 스멀스멀 기억하게 되네. 오늘은 너의 날이니, 마음껏 네게 잠겨 아파할까 해. 나의 바다가 되어주어 고마웠고 이제 영영 흘러가길 바라.

차라리 잠깐이라도 희망에 허덕이게 해줘요.

내 첫사랑은 하얗고 시린 겨울이야.

눈을 감아야 널 볼 수 있어. 내 눈앞에 실제로 있는 널 본 지 얼마나 지났지. 굳게 닫힌 눈꺼풀 안에 떠오르는 잔상으로라도 널 보고 싶어서 계속 눈을 뜨지 않았더니 하루 종일 잠에 빠져 살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널 그리는 것 말고는.

수명을 사고팔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난 단명할 운명의 억만장자가 되어 우울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살다 죽어버릴 거야.

내가 너 없이 숨 쉴 수 있을까. 너는 내 산소이자 심장이었는데.

그대에게 빈 편지를 받았네요. 답장할 수조차 없게 가슴이 미어져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속삭이는 건 전부 거짓이 맞았고 끝내 찾아온 이별에 따른 고통은 늘 익숙해지지 않아서 이 고통만은 또 영원할 거 같다 스스로를 속이고

네가 머무르던 미래가 하루하루 짓밟힐 때마다 온몸이 부서지는 거 같아. 나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너를 내 곁에 그려놨는데, 그럼 난 이 생이 끝날 때까지 매일 짓밟히며 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