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족 같은 건 없어도 된다며 혼자만의 길을 가던 사람들도 명절과 공휴일 같은 날이 오거든 집안 공기가 유독 서늘함을 자각하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가족이란 단어가 마냥 딱딱하진 않다는 게 그나마의 위안이라면 위안일지. 세상엔 ‘유사하다’라는 개념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지하의 가장 밑바닥에 처박힌 상태인데도 연하는 또 자기 기분이 우선이고, 자기 놀란 게 우선이고. 참 대단도 하지. 언제까지 내게서 자기 쓸모를 따지려나 싶어. 언제까지 안아달란 말로 모든 걸 뭉개 넘기려나 싶고. 게다가 저리 울먹이는 꼴 좀 봐. 꼭 내가 곧 죽어버릴 놈인 것처럼 굴잖아.